20세기 가장 주목받는 작곡가를 손꼽으라면 주저 없이 찰스 아이브스(Charles Ives ; 1874~1954)를 꼽겠다. 그는 소리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는 호기심을 가진 보기 드문 음악가로서, 평소 교회 종소리를 주의 깊게 듣곤 했다. 그의 음악 세계는 독창성 그 자체였다.

22세부터 42세까지, 미국에서 가장 큰 보험회사의 사장이 될 때까지, 그는 낮에는 사업가의 생활, 밤에는 작곡가로 이중생활을 했다. 아이브스는 밤, 주말, 심지어 휴가 동안에도 혼자 일하며 작곡과 회사 일을 병행했고 자신의 머릿속에 들려오는 ‘소리’에만 관심을 쏟았다. 때론 몇몇 작곡가나 지휘자들이 그의 작품은 연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비난을 퍼붓기도 했으나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상상력의 고삐를 풀었다. 미국의 작곡가 아론 카플랜드가 부르듯, 그는 ‘황무지의 천재’였다.

마침내 자기 이상을 음악으로 실현하는 젊은 세대 작곡가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고, 더욱 베를린에서 그의 교향곡 의 3개 악장이 소개된 후엔 미국 전역에 걸쳐 가장 위대한 작곡가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의 스타일엔 거친 면이 있으나, 예술가의 혼과 불굴의 인내를 소유한 그는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12음기법을 창안한 현대음악가 쇤베르크는 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나라에 위대한 한 작곡가가 살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어떻게 지키고 배울 것인가를 해결했고, 칭찬과 비난을 받는데 무관심했다. 그의 이름은 아이브스다.”

☞ 추천 감상 작품: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인 <대답 없는 질문(The Unanswered Question)>을 레오나르드 번스타인이 지휘한 음반(제작사 Sonybmg)으로 추천한다.

정순영 (음악평론가, 서울종합예술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