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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하지 말아요, 당신은 무지개빛이니 (1)
2012-06-18 1954


두려워하지 말아요, 당신은 무지개빛이니

저는 한심덩어리입니다. 툭하면 삐지고, 툭하면 절망하고, 툭하면 못살겠다고 엄살피우는 한심덩어리요. 그게 저라는 인간입니다. 물론 툭하면 기뻐서 어쩔 줄 모르고, 툭하면 세상은 살 만한 것이라고 흥분하는, 그런대로 괜찮은 인간 역시 저이지요. 그런데 세상이 참 야속한 것이, 괜찮은 저는 자꾸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한심덩어리인 저만 룰루랄라 뛰어 다닌답니다.


한심한 저와 괜찮은 저를 구분하는 기준이 무엇이냐고요? 네, 결국은 세상의 눈이죠. 다른 사람들의 눈이요. 세상의 눈, 다른 사람들의 눈을 따라가다 보면, 변변치 않고, 모든 것이 별 볼일 없습니다. 가끔 제가 잘못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두려워집니다. 진작에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갔어야 했던 것이 아닐까, 지금이라도 이 길을 때려치우고 거기로 따라갈까, 그런 조바심이 들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아마 마찬가지겠죠? 그래도 사십 년 가까이 세상을 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난 탓에 이제 알고 있습니다. 모두들 저처럼 살아간다는 것을요. 한심덩어리인 자신을 끌어안고 괴로워하며 쓸쓸해하며 살아간다는 것을요. 나 같은 한심덩어리를 누가 좋아해 줄까 괴로워하면서, 그 덕분에 외로움까지 덤터기로 뒤집어쓰면서, 살아간다는 것을요.


그럴 때, 누군가 단 한 사람이 한심덩어리 나를 이해하고 좋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 세상이 추워질 때, 잠시 손을 놓고 이 노래를 가만히 들어보세요.


당신의 진짜 색깔
당신 눈이 참 슬퍼요.
기운을 내세요.
네, 저도 알아요.
용기를 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렇게 사람들로 꽉 찬 세상에서
아무도 눈에 보이지 않을 때가 있지요.
그리고 당신 안에 있는 어둠 때문에
당신이 아주 하찮게 느껴질 때가 있지요.
하지만 난 당신의 진짜 색깔을 보고 있어요.
아주 밝게 빛나는 당신의 진짜 색깔을 보고 있어요.
그리고 그게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예요.
두려워하지 말아요.
그들에게 보여 주세요.
당신의 진짜 색깔을요.
아름다운,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당신의 진짜 색깔을요.
그 다음엔 내게 웃어줘요.
불행해하지 말아요. 기억할 수 있잖아요?
내가 마지막으로 당신의 웃는 얼굴을 보았던 때요.
세상이 당신을 돌아버리게 만들면
그래서 더 이상 견딜 수 없으면
그 땐 날 불러요.
알잖아요, 내가 당신에게 달려갈 거라는 걸.


< True Colors >. 신디 로퍼의 노래였지요. 그녀의 두 번째 앨범의 타이틀곡이었지요. 얼마 전엔 필 콜린스가 리바이벌 하기도 했더군요. 신디 로퍼는 1984넌, <여자들도 그냥 재미 좀 보려는 것뿐이라고요(Girls just wanna have fun)>라는 노래로 소녀들 기를 잔뜩 살려 주었던 가수였지요. 이상한 가수였어요. 적어도 제게는 말이지요. 왜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 그렇게 가슴이 묵직해졌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요. <그 여자는 정말 별나(She`s so unusual)>라는 데뷔 앨범의 제목 탓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세상을 사는 데 `별난 것`은 별로 도움이 안되지요. 쟤는 왜 저렇게 별나? 하면서 따돌림 당하기 십상이니까요. 세상은 어차피 다수, 또는 주류가 굴려가게 마련이니까요. 그렇게 세상을 굴려가는 데 별난 이들은 아무 도움이 안 되니까요. 깎아내고 잘라내고 부셔버려야 할 존재들이지요. 위험한 일입니다. 자기 색깔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일은 몹시 위험한 일입니다. 여차하면 문제아로 찍혀 버리거나 아주 잘(?) 되는 경우라고 해도 `왕따`로 끝나면 다행인, 아주 위험한 일입니다. 호박 같은 세상 둥글둥글, 자기 색깔 감추고 남들처럼 살아가는 게 최고인 세상입니다. 두려워말고 자기 색깔을 내보이라구요? 미쳤어요! 그러다 다치면 당신이 책임질 거예요? 그래도 신디 로퍼의 < True Colors > 같은 노래가 있어 위안이 됩니다. 이 호박엿 같은 세상에 어느 한 사람이 있어 내게 내 색깔을 보이며 살라고, 내 색깔이 무지개처럼 아름답다고, 그러니 세상은 벼텨볼 만하다고 노래합니다.


스스로가 미우시죠? 이렇게 생겨먹지 않았다면, 이렇게 별스럽게 살지 않았으면 정말 좋겠지요? 기운 내세요. 노랫말에도 있듯이, 용기를 내는 일이 참 힘든 일이라는 것, 잘 압니다. 그래도 용기를 내세요. 세상에 어떤 한 사람은 당신의 진짜 색깔, 남들이 당신을 손가락질하는 이유인 그 진짜 색깔 때문에 당신을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당신이 용기를 내서 당신의 진짜 색깔을 내보일 때, 세상임 무지개 빛으로 아름다워질 테니까요.


조병준(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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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oobin989[2012-08-17]

    좋아요 자신만의 색깔이 무지개빛이라니,정말 감동깊으면서도 좋은글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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