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 대한 신뢰가 아이의 학습효율을 결정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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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가지 지표들은 우리의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위험 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과도한 학업의 스트레스 및 끝없는 '책상 앞의 하루'는 아이들의 정신과 육체를 소모시키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 9~17세 아이들의 3.6%기 “최근 1년간 심각하게 자살 생각 적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한국에서 자라는 많은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다. 숙제나 시험 등 학업에 따른 스트레스는 많은 반면, 친구를 만나거나 취미생활을 즐길 여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2013년도 기준의 한국 아동 종합실태조사에서 보건복지부는 한국 아동의 ‘삶의 만족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국 아동이 주관적으로 평가한 삶의 질은 60.3점(100점 만점)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며, 그 원인은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임이 분명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학부모는 고심할 수 밖에 없다. 학업에 열중하여 좋은 성적을 내고, 좋은 학교에 진학하는 것을 아이들의 인생 전반기의 삶의 목표로 설정해주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혹독하게 몰아붙이는 행위는 지금까지, "아이의 미래를 위한다"는 사실만으로 정당화 되어 왔고, 많은 학부모들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해왔다. 지금도 많은 학부모들은 "지금 고생하면 평생을 행복할 수 있다"는 교육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과연, 한국과 같은 치열한 경쟁적 환경 아래에서, 아이들은 학업을 위해 자신의 행복을 포기해야만 하는 것일까?

국내와 국외의 교육전문가들은, "아이의 행복과 학업성취도는 결코 상충하는 관계가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상당 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충분한 휴식과 여가를 보장받지 못하고 부모의 의사에 따라 강요된 목적의식 아래 공부를 하는 아이는 집중력과 동기의식이 극적으로 떨어진다. 이는 학업성취의 장애로 드러나며, 조바심이 나는 부모는 아이를 더욱 몰아붙이는 악순환을 시작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학습의 효율"이다. 그리고, 학습의 효율이 곧 학습에 투자한 시간에 정비례하여 계산된다는 사고방식은 사실, 매우 원시적이고 비효율적인 방법임을 학부모들이 깨달아야 한다. 그런 논리를 따르자면 각종 국가고시 등 중요한 시험을 위해 재수, 삼수, 사수를 거듭하며 보다 오랜 시간을 투자하여 공부한 사람일 수록 합격 가능성이 높아져야 한다. 물론, 실상은 전혀 다르다. 일반적인 연구 결과를 따르자면, 보통 처음 시험을 보거나 재수를 거친 사람들의 합격율이 가장 높고, 그 이후부터는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록 점점 합격율이 떨어지게 된다. 압박과 조급함에 의해 형성된 정신적 긴장감은 결코 오래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아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행복을 잃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학습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지금 당장 학습의 결과를 보고 싶어 하는 학부모의 조급함이 아이를 몰아붙이는 원인이 된다. 자기만족에 가까운 집착으로 학부모가 스스로 아이를 망치게 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 것일까?


■ 학습에 투자할 시간과 여가 시간의 비율을 결정한다

학부모는 아이가 하루 중 학습에 투자할 시간과 여가 시간을 나눌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리고, 이 시간분배의 과정에서는 부모가 주도적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대화이다.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부모와 아이가 서로 합의에 이르는 방식으로 시간을 분배해야 한다는 점이다.

부모의 일방적인 의사나 독단에 의해 결정 된 스케쥴에 대해 아이는 불합리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불합리한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똑같은 강요라고 할지라도, 서로 합의를 통해 도달한 시간 스케쥴에 대한 강요와, 부모가 주도적으로 결정한 시간 스케쥴에 대한 강요는 아이에게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가 온다. 비록 아이가 불만을 갖게 된다고 할지라도, 전자의 경우 아이는 비교적 저항이 없이 쉽게 납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아이는 불합리함을 강요 당한다는 느낌을 받기에 결코 납득하지 못한다. 납득하기 힘든 상황에 대해 받는 저항감은 아이가 부모를 신뢰하지 않는 어려운 상황으로 쉽사리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 서로 합의를 통해 결정한 시간 스케쥴은 철저하게 지킨다

실제로 자주 발생하는 경우다.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아이와 함께 학습과 여가의 시간을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기가 진행되는 도중 부모가 자의적으로 등록 학원 수를 늘리거나 공부의 시간을 늘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한국의 학부모들은 아이와의 약속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게 다 너를 위한 것이다"라는 말 한 마디로, 부모가 아이와 한 약속을 어기는 모습에서 아이는 과연 무엇을 배울까?

부모가 아이의 신뢰를 잃는 순간, 학습에 대한 아이의 열정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부모 스스로의 경우를 생각해보라. 직장에서 약속 한 휴가를 기대하며 진행 중인 업무를 최대한 빨리 끝내고 인수인계 등 과정을 거쳤는데, 한 순간에 일방적으로 그 휴가를 취소 당한 다면 그 스트레스와 여파가 얼마나 오래 가는지는 굳이 설명할 것도 없다. 아이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힘든 공부라고 해도, 하루 중 일정 시간 공부를 열심히 하면 이후 자신의 여가 시간이 보장되어 있다는 것은 강력한 동기이다. 부모가 약속을 깨는 형태로 이 여가 시간이 줄어든다면 아이는 결코 납득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아이와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자.


■ "쓸 데 없는 것"은 없다

아이와 약속 한 여가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불안감이나 불만으로 인해 아이를 정신적으로 압박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정말 이렇게 놀게 해도 되는 것일까", "이 시간에 다른 공부를 더 시켜야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부모의 불안감은 종종, 아이의 여가시간에 부모가 지나치게 개입하거나 '논평'하는 결과를 낳는다. 여가시간 동안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것, 아이가 하는 놀이 등을 불만이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불안감과 조급증을 감추지 못하는 부모의 태도는 언행을 통해 드러난다. 종종, 아이가 여가를 즐기는 방법에 대해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아이는 바보가 아니다. 부모의 생각 이상으로 민감하다. 학습의 스트레스를 떨치고 재충전을 해야 할 시간 내내 불만 섞인 눈으로 바라보는 부모를 보면서 아니는 무엇을 느낄까? 부모와 자식의 관계라고 할지라도 신뢰를 구축하는 시간은 오래 걸린다. 그러나 신뢰를 잃는 것은 한 순간이다. 여가 시간에 무엇을 하든, 그것은 아이의 선택이다. 자신의 선택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는 아이의 학습의욕이 훨씬 높다는 것을 기억하자.


학습의 효율이 높을 수록 적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다. 이미 선진국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모토(motto)는 "Work smarter, not harder" 이다. 무조건 장시간을 투자하여 열성을 다하는 것 보다, 요령있고 효율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문제점과도 일맥 상통한다.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노동시간이 긴 사회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생산성은 낮은 편에 속한다. 휴식도, 휴가도 없이 규정된 노동시간을 넘어 야근을 하며 "월화수목금금금"인 인생을 보내는 직장인들 보다, 그 보다 훨씬 적게 일하면서도 여가시간과 휴가, 휴식을 충분히 즐기는 나라의 근로자들이 훨씬 높은 생산성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방과 후 활동 및 여가활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외국의 '사커맘(soccermom)'들



아이와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 부모와 아이의 신뢰가 끊기는 순간 아이의 학습 효율은 바닥을 치게 된다. 그리고, 부모가 아이의 신뢰를 저버리고 약속을 깨는 경우가 그 반대의 경우 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부모의 욕심이 낮은 아이를 신뢰의 단절, 낮은 학습 효율, 그리고 스트레스의 수렁으로 밀어 넣는다.

"미래의 행복"도 중요하다. 그러나, "행복해지는 방법" 또한 학습되는 것이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행복을 포기하라"라는 부모의 강요는 "행복해지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커서 부모가 되면, 자신의 아이들에게서 똑같이 행복을 빼았아간다. 이런 악순환이 오늘날 한국을 "OECD에서 아이들이 가장 불행한 나라"로 만든 것이다.





[주니어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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